Wednesday, August 8, 2018

인도 Rishikesh 요가 여행 - 첫 날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을 소홀히 한 지난 2년이었다. 투잡을 병행하며 주 6-7일을 일한 적도 여럿 있었고 그나마 쉬는 날엔 다른 이들과 어울리느라 혹은 넷플릭스나 웹툰을 보느라 나홀로 사색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 선물이자 의무감을 주고 싶었다. 이 한달은 꼭 나 자신을 위해 쓰자고, 다른 뻘짓말고 혼자서 사색하고 내 마음과 몸을 보살피는 한달을 보내자고.

요가 지도자 과정은 예전에 내가 버킷리스트에 올렸던 일이다. 그때는 요가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빠져있지도 않았던 시절인데도 왠지 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발리에서부터 요가에 흠뿍 빠지기 시작해서 작년부터 요가 사진일을 하다보니 이젠 정말 이게 하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스스로를 향상시키고 더 깊은 사진들을 찍기 위해 이 과정을 밟기로 했다.

지난 1년 7개월간 다녔던 회사를 관두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시드니에 남기고 이 여정에 올랐다. 비행기를 세번 타고 (말레이시아, 델리 경유) Rishikesh (리시케시 혹은 리시케쉬) 에 도착했다. 



Dehradun 공항에 예약해두었던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소 4마리가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었다. 웰컴투 인디아로구나!



공항에서 아쉬람까지는 약 31km 거리인데 비포장 도로, 산길, 특히나 중앙선이 없는 도로들을 요리조리 차, 오토바이,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해서 오래걸렸다 (한시간 반이 넘게 걸림). 힌두교의 최고 신인 Shiva를 위한 축제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온통 주황색으로 차려입고 인도 국기, Shiva 상징물들을 걸고 아쉬람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 인파를 뚫고 가느라 더더욱 오래 걸렸다.

가는 길에 온갖 동물은 다 보았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검은 돼지들 (분홍 돼지인데 더러워져서), 비를 피한다고 처마에 앉아있는 소들, 도로에 마구 뛰어드는 원숭이들, 비쩍 마른 개들, 쌩뚱맞게 등장한 말과 당나귀들… 이들이 사람들 마냥 도시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걸 보니, 이 곳이 동물의 천국인가 지옥인가 싶기도 했다. 

쓰레기 더미들, 소똥, 개똥이 모두 흙과 비에 뒤섞여 더럽게 느껴져서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갔는데 5분뒤에 이 걱정이 사라져버렸다 ㅋㅋㅋㅋ 똥물과 물아일체가 된 나의 운동화.. 다음 번엔 그냥 쪼리신고 나가야지…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으려고 뒤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왠 소가 성큼성큼 나에게 오더니 내 가방을 같이 뒤적거렸다. 내가 먹을 것이 있는 줄 알았나보다. 웰컴투 인디아 어겐 ㅋㅋㅋㅋ



숙소는 학교에서 제공이 되는데 숙소가 의외로 엄청 깨끗하고 널찍해서 좋았다. 킹사이즈 베드와 개인 샤워 (하지만 뜨거운 물이 5분뒤면 끊김),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쾌적하다. 창밖으로는 원숭이 떼들도 보이고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지금 독일에서 세미나를 하고 계신단다. 코스가 이틀 뒤에 시작하는데 내일 오신다고 해서 내일 꼭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한창 축제 중이라 붐비는 다운타운(?)으로 산보를 나갔다.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고 니하오라고 말을 시킨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굉장히 익숙했던 반응들이라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경찰 아저씨들에게 길을 물으니 꽤나 친절하게 대답해주신다. 

여기서 장도 보고 심카드도 사려고 하는데 이 곳엔 슈퍼마켓 (마트 같은 규모의)이 없단다. 택시타고 공항이 있던 동네로 가야한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이 동네에 구멍 가게들 처럼 작은 슈퍼들이 있는데 그 곳에서 왠만한 것들은 다 구할 수 있어서 만족하기로 했다.

한국 까페가 있다고 해서 동네 정보를 얻을 겸 찾아갔다. 다행히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근데 들어갔는데 한국인은 하나도 없고 다 인도 직원들 뿐이었다. 손님도 나 하나 & 외국인 한명 뿐이었다. 까페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는데, 벽이 뻥 뚫려있고 그 앞으로 갠지스 강이 펼쳐져 있었다. 


사진으로 봤던 Rishikesh의 갠지스 강


실제로 본 갠지스 강


사진으로 봤던 Rishikesh의 갠지스 강은 에메랄드 색의 신비로운 강이었는데 지금은 몬순시즌이라 흙탕물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갠지스 강은 인도의 대표적인 Holy river인데 Rishikesh는 인도의 대표적인 Holy town이다. 히말라야와 가깝고 갠지스 강을 끼고 있으며 여러 요가 학교들과 아쉬람이 즐비하다. 이 곳은 60년대에 비틀즈가 두달간 은둔하며 명상 훈련을 하며 음악적 영감을 키웠던 곳으로 유명하다. 




Holy town이라 그런지 이 곳에선 육식과 술이 금지 되어 있다. 고기와 맥주 러버인 나로썬 이 한달간이 굉장한 도전이 될 것 만 같다.

까페에 앉아 멀찍이 강을 바라고 있는데 옆에서 통화를 하던 외국인이 말을 시킨다. 맨처음엔 인도인인줄 알았는데 영국 액센트가 강해서 물어보니 영국인이란다. 수염을 무슨 구루 아저씨처럼 길르셔서 인도인인줄 알았던 것.

그의 이름은 댄, 인도 이름은 옴 이라고 한다. 대화를 해보니 영국 Surrey에서 온 아저씨인데 20년째 여행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명상을 가르치며 오토바이로 여행을 다니신다고 한다. 내가 씸카드 어디서 파는지 아냐고 여쭤보자 자기는 12년간 핸드폰 없이 살고 있어서 모른다고 하신다. 

예전엔 온갖 마약, 술, 섹스 등 세상의 쾌락과 욕망에 사로잡혀 살다가 20년전 영국에 있든 불교 템플에서 명상을 접한 후 순간적인 쾌락을 멀리하고 명상을 통해 정신적이고 지속적인 행복을 즐기게 되었다고 하신다. 

리시케시가 점점 더 상업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 마음 아파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나는 도시의 소음을 멀리하고 내 자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이 곳에 왔는데, 이 곳이 상업적이고 가식적으로 변했다고 마음 아파 하는 이도 있구나. 앉아서 댄과 여행에 대한, 인도에 대한, 명상에 대한 수다를 두시간이나 떨고 나서 헤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댄은 도시화, 문명화에 굉장히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어떤 마음이던 사상이던 극단에 치우치는 것을 지양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욕망에서 멀어져 자급자족을 하고 살 수는 없는 것. 이러한 삶의 방식이 있다면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 맞는 이치인 것 같다.

인도의 삶의 방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첫날부터 강한 센세이션과 영감을 받고 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Mindfulness이다. 내 자신, 이 순간에 집중하는 한달이 될 수 있기를!

Monday, December 11, 2017

[호주 워홀 일기] 회사 생활 1년차 적응기



연말이라고 엊그저께 20불이라는 거금을 주고 다이어리를 하나 장만했다. 내년엔 스스로를 위한 글들을 기록 해야겠다는 마음에 다이어리를 사서 가게에서 나오는데 작년 이맘때 사놓고 나서 반도 채운 다이어리가 홀연 떠올랐다. 올해는 일기도 쓰고 블로그도 열심히 업데이트하자 하고 다짐을 했건만 마지막으로 포스팅했던 것이 4월말이었으니 반년이 훌쩍 넘도록 한쪽도 쓰지를 않은 것이다.

작년 이맘때가 지난 같지도 않은데 벌써 온통 눈길 닿는 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하다. 회사에서는 이번주에 크리스마스 파티와 시크릿 산타 행사도 하고 한창 바쁘게 돌아가던 프로젝트들도 점점 휴면기(?) 접어드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커리어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 해였다. 인턴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Digital marketing coordinator 그리고 지난 9월에는 Project Manager 승진하여 지금은 여덟개의 프로젝트들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 회사 전략 방향도 Non profit 이라는 니치 마켓에 집중하도록 발전되어, 여러 비영리 기관들의 펀드레이징 & 캠페인 플랫폼, 웹사이트, 등을 기획하는 일들을 경험할 있었다. 유기견 입양 플랫폼, 젊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 캠페인 커스토마이징이 가능한 기부 플랫폼 등을 직접 기획하고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이롭게 있는지를 실제 확인해 있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였다.

하지만 관리하는 프로젝트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두배, 세배로 늘었는데, PM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들) + 영어로 아이디어를 Selling하고 고객들을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겹쳐 요즘 흰머리가 마구 늘고 있다.

특히 고객님 (고객님의 Stakeholders), 디자이너, 개발자 중간에 껴서 모두가 만족할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혹은 최소한 내가 Bottle neck 되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고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일을 하지만 일과 체크리스트들을 보면 항상 손가락 사이로 하염없이 빠져나가는 모래알갱이들을 바라보는 듯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길은 여전히 머나먼 하다.

보통 5~6시면 퇴근을 하는데, 한동안 퇴근한 후에 에너지가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만 있었다. 매일 하던 요가도 못하고 맨날 회사에 갔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쓰러지고, 자기 전에 잠깐 일하고, 심지어 꿈에서도 일을 하고 있음.ㅎㅎㅎㅎ 그렇게 저질 체력 직장인의 악순환 일상이 어언 세달 정도 반복되니 몸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혼자 요가를 하는 중에, “ 자신을 보살피는 일을 정말 오랜만에 하고 있구나  느끼게 되어 갑자기 뭔가 서글퍼 져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저번주부터는 아침에는 요가 + 5 명상, 퇴근 길에는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번 사는 인생 자신을 위해 신명나게 살아야하는데 동안 그걸 잊고 살았던 같다. 열심히 사는 것과 스스로를 고문하면서 사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인데 말이다. 업무 시간에는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위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음식 섭취, 긍정적인 생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마치 태교를 하듯이 나를 보살펴야지. 내년엔 내실을 다지는 해가 있도록, 한마디로 야무지고 똑부러지게 있는 30 어른이가 되야겠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